Monday, February 2, 2009

Fab. 1. 4pm.

2009년 2월 1일 일요일 오후 4시 08분

[Super Ball Sunday]

오늘은 수퍼볼이 열리는 날이다. 정오쯤 되서 션과 벤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국경을 넘었다. 카지노를 찾아 수퍼볼 내기에 돈을 걸기 위해서다. 두 시간쯤 지나서 그들이 돌아왔다. 내가 션에게 돈을 얼마나 걸었냐고 물었다. 60달러를 걸었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150달러 넘게 걸었겠군…’
오랜만에 날이 풀려 거리의 눈이 꽤 많이 녹았다. 마침 길 건너편 빌딩 3층 코너 집의 창문이 반쯤 열리고 그 사이로 ‘Mr. Bubble(비누방울 아저씨)’의 손이 불쑥 나온다. 아저씨의 손에는 비눗물을 담은 하얀 플라스틱 요거트 통이 들려있고, 그 속에는 형광빛이 나는 주황색의 비누방울 빨대가 꽂혀있다. 나는 잠시 아저씨가 만들어내는 여러 개의 비누방울들이 바람을 타고 사거리의 코너를 날아다니는 것을 바라본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몇몇 행인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깜짝 선물에 눈썹을 치켜올리고 방울의 출발지를 찾으려는 듯 머리 위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이 곳의 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알렌과 엘무드의 만남을 노래하는 늦은 오후의 버블타임을!
나는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베르디의의 ‘라 트라비아타’ 3악장을 듣는다. 션과 마이크는 경기를 보기 위해 찰리네로 출발했고, 나와 벤은 벤의 부모님을 기다린다. 한 이 주만에 벤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서 나는 기분이 좋다. 나는 벤의 어머니를 ‘ma(엄마)’라고 부른다. Ms. Appler라고 부르는 게 이 곳의 관습인 걸 알고 있지만 나는 내게 익숙한 관습을 따르고 싶어 벤의 부모님께 이해를 구했다. ‘우리 나라에선 내 친구 엄마도 ‘어머니’라고 불러요.’ 벤의 부모님들은 내가 동양인이기에 예외를 허락하시면서 오히려 귀엽고 친근하게 들린다고 좋아하신다.
부모님이 아파트로 올라오시고 우리는 잠시 거실에 앉아 얘기를 나누다가 경기를 보러 핏자 레스토랑을 찾았다. 우리는 블루치즈를 곁들인 원조 버팔로윙과 두툼하고 푸짐한 버팔로식 핏자를 즐기며 수퍼볼을 관람한다. 수 대의 대형 와이드 스크린 티비를 사방에 갖춘 레스토랑은 수퍼볼에 내기를 건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한쪽 벽으로 마련된 길다란 바 뒷편에 수퍼볼 내기판이 보이고 그 위로 각 쿼터당 스코어 끝자리의 번호들과 번호를 배정받은 사람의 이름들이 적혀있다. 버팔로시의 풋볼팀 ‘빌스’는 플레이 오프에 진출하지 못하고 정기 씨즌만 마쳤기에 이곳 사람들이 수퍼볼을 흥미롭게 관람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에 돈을 거는 길뿐. 10:3으로 핏쯔버그 스틸러스가 경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전반 두 쿼터가 끝나고 해프타임 휴식을 맞았다. 레스토랑의 몇몇 아이들은 편의점 등에서 나눠받은 3D 안경을 쓰고 광고를 기다린다. 인텔사에서 협찬한 이 안경을 쓰면 해프타임에 보여주는 ‘SoBe-Life Water’라는 영화의 예고편 광고를 삼차원으로 즐길 수가 있다. 광고를 보는 동안 안경을 눈 아래로 내리고 올리고를 반복하며 그 차이를 비교하는 아이들은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지 다소 실망한 표정들이다.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와 펫찌 이모네로 차를 몬다. 마침 테리 삼촌도 와서 펫찌 이모네 가족들과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펫찌 이모가 쫄깃하게 구운 브라우니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 대접한다. ‘음~ 세상에 브라우니만큼 기 막힌 것이 또 있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일곱 명의 남자들은 경기에 빠지고, 세 명의 여자들은 수다에 빠진 채 일요일 저녁 시간이 빠르게도 흐른다. 흥미로운 접전 끝에 27: 23으로 핏쯔버그 스틸러스가 우승을 거머쥔다. 장장 여섯 번째 수퍼볼의 영광을 맞은 핏쯔버그 스틸러스가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스포츠계의 얄미운 승자로 등극하는 역사적인 순간! 진 이모부가 사쿼터의 스코어 보드에 배정받은 번호로 내기돈 이십 달러를 딴 소박한 행복의 순간! 동양에서 온 내가 이 곳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와 휴일의 즐거움을 배불리 맛 본 또 한 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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