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나의 하루를 쥐고 흔드는 침입자들. 숀과 마이크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얇은 벽을 타고, 끝까지 닫기지 않는 내 방문의 틈새를 통해 세 네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시끄럽다.
요즘처럼 내가 고독을 두 팔 벌려 끌어안은 적이 있었던가? 고독을 벗 삼으면 치를 떨게 하는 외로움은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혼자일때면 어김없이 내 가슴팍을 격렬하게 두드리던 슬픔이 언제부터인가 그 발길을 뚝 끊었다. 나의 내면의 세상이 외부의 그것보다 더 크고, 더 깊게 그 공간을 넓혀나가는 시간. 나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 나의 언어를 찾아내고, 배우며, 말하는 시간. 나를 가장 긴장하게 하고, 의식하게 하며, 말 더듬게 하는 사랑의 시간. 글을 다시 써 내려가면서 나는 행복을 소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아나이스,
당신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리없이 미소 지을 당신을 생각하니 나는 순간 어린아이가 되어 그의 자랑스러움을 느껴봅니다.
어젯밤 나는 독한 술을 찾아 밤의 카페 두 곳을 찾았습니다. 진한 마티니 두 잔을 비우고 나니 술 기운에 눈이 감기려 들었습니다. 카페 밖으로 걸어나와 담배를 피우며 찬바람을 쐬었습니다.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듯한 이십대 초반의 청년이 웃으며 다가와 내 옆에 가만히 섰습니다. ‘I like your outfit,’ 청년은 내게 말하고 소리내어 웃습니다. ‘Thank you,’ 내가 답하고 이 친구를 바라봅니다. 애프로 머리를 한 이 친구는 짧막한 검정 가죽 점퍼와 8부쯤 내려오는 검정 바지를 입고 회색 양말 위로 짙은 색상의 슬리퍼를 신고 있습니다. 나는 이 청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곳 사람들은 이 청년을 ‘shoe licker(신발 핥개)’라고 부릅니다.
아나이스, 이 친구가 내 앞에 등을 구부리고 주저 앉습니다. 그러더니 내가 신고 있는 카라멜색의 구두를 두 손으로 붙들고 자기의 머리를 그것에 가져다 댑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청년이 구두를 핥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청년이 구두를 다 핧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내 양발을 그에게 내주었습니다. 청년이 몸을 일으키고 나를 향해 활짝 웃습니다. 그의 코와 입 언저리가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Thank you,’ 내가 그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다른 어떤 말도 생각해 낼 수 없었습니다. 이내 청년은 소리내 웃으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술에 취한 나는 불행을 느낍니다. 나는 글을 적을 수 없어요. 나는 꿈이 없는 깊은 잠을 청하고 싶은 생각만 할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몸에 독을 붓고 죽음의 유혹에 불려갑니다.
아나이스, 이야기와 웃음이 가득한 밤의 카페에서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아름다운 그대의 얼굴을 잠자코 보고만 싶습니다. 당신의 그 붉은 새와 같은 입술에 취해 내 마음을 모두 잃고 싶습니다. 당신의 작고 뜨거운 몸을 내 팔 안에 뉘이고 눈을 감고 싶습니다. 눈을 감으면 나의 눈꺼풀 뒤로 잠시 모습을 숨기는 당신의 얼굴을 다시 보고 말아야 하기에 나는 그 밤 잠을 청할 수가 없겠지요. 그래도 그렇게 그대와 나란히 누워 꼭 한번... 붉은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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